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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미스와 Gold미스. G 이상의 간극.
밤새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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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18:18 타인의 취향

베토벤 바이러스가 끝났다(..라고 한다).
사실 난 그 드라마를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원체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그 드라마는 음악인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보여주는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할까?
몇몇 연주자들의 어설픈 악기 연주도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었고...
뭐 아무튼간에 이 드라마가 적어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에는 성공한 듯 싶다.

주변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인가 음대 졸업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주변에서 한두명 정도는 쉽게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들이 세상에 뛰쳐나와 할 수 있는 일거리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교회 성가대의 지휘자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규모가 아주 크거나 꽤나 수준있는 교회가 아니고서는 대개 그 교회 사람들 중 음악에 관심이 있다 싶은 사람이 지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작곡, 성악, 기악 뿐 아니라 지휘를 메인 전공으로 하는 사람도 많아서 웬만한 교회 성가대는 이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문제는 음악을 전공하긴 했으나, 지휘에 대한 개념도 없고 또 단순히 make money의 개념으로 기웃거리는 인간이 있다는 점이다.

자, 여기 어느 작은 교회의 성가대가 있다.
이 성가대의 지휘자는 무려 이태리에서 유학까지 마치신 성악 전공자이시다.
그리고 성가대원은 주로 30-50대의 아저씨, 아주머니들로, 그냥 찬양이 좋아서 임하는 순수한 봉사자가 대부분이다.
전공자?
당연히 없다.
반주자가 펑크를 내면 당장 간단한 멜로디 정도도 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음악 교육 수준을 가지고 있다.
지휘자는 우렁찬 자신의 목소리로 대원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다음주에 어떤 곡을 할지에 대한 계획도 전혀 없고, 때로는 이번주에 무슨 곡을 하기로 했는지도 까먹는다.
초견이 좋은것도 아니며 음정도 제대로 못 잡고 박자 관념 또한 전혀 없다.
단지 초견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teaching skill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 지휘자가 선택한 방법은.. 곡을 하나 고른 후 반주자에게 무작정 연주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그걸 들으며 그제서야 곡을 익히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 어려운 박자가 나오면 헤매고 손이, 입이 꼬인다.
머쓱한 지휘자는 같이 헤매는 대원들 탓을 한다.
그리고는 반주를 잘 들어보라고 하며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쳐 줄것을 요구한다.
이 지휘자가 자신있게 리드할 수 있는 곡이란 바로 자신이 학창시절에 연주했던 곡들이다.
학교에서 혹은 본인이 있었던 성가대나 합창단에서 불러본 곡 들.
즉 본인 스스로 탐구한 곡이 아닌, 가르침을 받았던 곡들을 말한다.
이를테면, '할렐루야', '축복', '거룩한 성' 과 같은 고전 레파토리들.
어쩌다 한 번씩 이런 곡을 연습시킬때면 아주 신이 난다.
리듬을 틀릴 일도 없고 어느 정도 가사도 외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는데... 본인의 파트밖에 정확하게 모른다는 거...)
자...
수준이 높지도 않고 인원수도 작은 성가대에서 늘 이런 대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초견 안되고 박자 안되고 음정 못 잡는 지휘자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악상밖에 안 남는다는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라.
곡의 완성도는 온데간데 없고 단지 소리만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면 얼마나 어설플지.
게다가 부족한 다른 부분을 커버하려는 마음에 그 표현은 몹시 과장되기 마련이다.
악보보며 더듬거리는 지휘자 밑에서 대원들 실력이 늘리 만무하다.
그럼 또다시 지휘자는 짜증내기 시작한다.
'여러분, 강마에는 굉장히 성격 좋은 지휘자인거 아시죠? 지휘자들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데.. 나도 그렇게 할까요!!! (버럭버럭)'

..........

이 지휘자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있다.
그래.. 음악 전공하는 사람들 까칠한 사람 많고, 보편적으로 그렇게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마에를 비롯한 성질 나쁜 지휘자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건 '실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철없는 지휘자는 자신이 성질을 부려대는 것을 강마에를 예로 들어 가며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문화 수준들이 높아져서 듣는 귀들은 다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인정받고 싶으면 실력을 키우라.
대원들이 지휘자를 제치고 반주자에게 곡에 대해 물어온다면 그야말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가.
실상 지휘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으면서 음대생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적당히 지휘를 해 보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하다.
비전공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한다.
왕년의 계급장 다 떼고 지휘 세미나라도 참석을 하던가, 죽어라 곡 연습을 하고 오던가..
아니면 부족한 부분들을 용서할 수 있는 감탄할만한 신앙심과 봉사심을 가지고 있던가.
이도저도 아니면서 그저 목청 하나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1년이면 대원들도 다 파악한다. 당신의 실력을.
그들의 인내가 폭발하기 전에 스스로를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짐작했겠지만, 나는 성질'만' 일류급이신 지휘자가 있는 성가대의 반주자이다.
처음에는, 못갖춘마디 전주 사인도 제대로 못 주는 지휘자를 믿고 있는 교회가 너무 불쌍했었다.
그러나.. 이들도 느끼고 있더라.
나도 나의 부족함을 알고, 나름의 상도덕(?)도 알고 있기에 가급적 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지휘자 편에서 권위를 지켜주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피곤하다...

제발 부탁한다.
그저 괜찮은 part time job이라 생각하고 지휘자에 도전하는 목청만 좋은 분이 혹 계시다면...
그냥 솔리스트를 알아보시라.
(아... 초견이 안되면 그것도 힘들겠구나.)
아니면, 트럭을 구해 계란을 팔거나, 논밭에 나가 새를 쫒거나. ㅡ.ㅡ
충분한 실력과 리더십 등 기본 자세를 갖추고 덤비길 바란다. 제발.


posted by 밤새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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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uster 2008.11.23 20:15  Addr  Edit/Del  Reply

    보아하니 엄마게로구만. 자기도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들에게는 똑바로 앞으로 걸어가라는 엄마 게..ㅋㅋㅋ
    그리고,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반주자들에게 다짜고짜 악보를 들이밀며 초견으로 치라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
    이리저리 고달프겠구나. 특히나 지휘자땜에 삽질하는 거 나도 정말 싫다. 한대 때릴수도 없고. 쯧쯧.

    • Favicon of https://catstep.tistory.com BlogIcon 밤새안녕 2008.11.24 12:56 신고  Addr  Edit/Del

      엄마게..ㅋㅋㅋ 그말이 정답일세.
      글에서는 그나마 감정을 누르며 썼는데, 어제도 보고 있자니..
      어쩜 저런게 있나 싶을 정도더라. 에혀...
      정말이지 내 돈을 들여서라도 지휘클리닉 같은 곳에라도 집어넣고 싶다. ㅡ.ㅡ

  2. 반주자 2015.07.10 00:34  Addr  Edit/Del  Reply

    정말 심히 공감합니다. 저도 친구를 지휘자로 둔 교회에서 반주중인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2008년도 글인데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네요 속터집니다. 성 악전공했다고 지휘에대한 기본적 지식없이 막무가내로 팔을 휘젓는 모습은 참...친구로써 많이 부끄럽습니다. 음악용어도 제대로 모르고 음정이며 박자며 틀린것을 잘 캐치하지 못하니 나름 절대음감이라 예민한 저로서는 머리가 아파 미칠 지경이네요 지휘할때 비팅도 제대로 못줘..단지 할줄 아는거라고는 가벼운 농담에 허허웃고 떠들어 찬양대원들과의 사이는 좋은것 그거 하나네요.그래도 작은교회에서 제대로 음악공부한 성도는 저 하나인데 ...이런 제마음을 누가 알아주련지요...주님만 아시겠지요...넋두리 하다 갑니다